난민에게 소망을, 리홉(ReHope)

We Hope

리홉과 함께 걸어온 4년 | LABO

Q1.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몸에 착한 거품을 연구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비누, 샴푸, 세탁조클리너를 제작하는 비누실험실 라보(LABO) 운영자 김현우입니다. 아내, 두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장입니다.

Q2. 리홉이 시작될 때부터 4년간 후원에 동참해주셨어요. 어떻게 리홉과 함께하시게 되었나요?

2015년에는 면세점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직업 적성도 잘 맞고 성과도 잘 내고 있었습니다. 당시 서울로 출퇴근을 했는데 퇴근 버스 타러 가는 길에 노숙자 한 분을 만났습니다. 추우나 더우나 매일 같은 자리에 계시기에 처음에는 한 끼 식사나 하시라고 현금을 조금씩 드리다가 어느 날 추운데 드시라고 두유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날은 찐빵, 어느 날부터는 김밥, 이렇게 식사를 전달해 드리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그분이 “일을 하고 싶다”라는 말씀을 하셔서 작업용 안전화까지 선물 드리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모든 노숙자분을 도울 수는 없지만, 이분만큼은 내가 꼭 돕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직업적으로 안정됐으니 도움이 필요한 곳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같은 해, 신문을 통해 터키 해변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꼬마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시리아 내전과 난민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때마침 리홉이라는 난민구호 단체가 설립된다는 소식을 듣고 자연스레 후원으로 이어졌습니다.

Q3. 2019년 요르단 리홉 센터에도 다녀오셨는데요, 요르단 현지에서 시리아 난민들을 만났을 때 어떤 마음이었나요?

2019년 요르단 리홉 센터를 방문해서 시리아 난민을 만났을 때는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요르단 방문 10년 전인 2009년에 레바논과 시리아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시리아 내전 발발 전이라 수도를 벗어나 여러 도시를 다닐 수 있었는데 꼭 우리나라 시골에 온 듯한 정(情)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시리아는 내전으로 출입이 완전히 막혔습니다. 당시에는 시리아 땅에서 요르단 국경을 바라봤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요르단 땅에서 시리아 사람들을 만나게 됐으니 묘한 감정이 더해진 것 같습니다.

‘난민(refugee)’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마냥 “불쌍할 거야”라는 편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직접 만나 인사를 하고 노래와 레크리에이션 등을 하며 함께 놀다 보니 점차 그 아이들의 크고 똘똘한 눈망울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불쌍함이라는 단어보다 미소가 더 어울리는 아이들이었습니다. ‘리홉(ReHope)이 타국에서 난민으로 살아가는 이 아이들에게 진짜 소망을 주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저는 유통하는 사람(retailer)입니다. 필요한 제품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타이밍에 맞게 공급하는 것이 유통업의 핵심입니다. 라보의 주요 판매처는 한국이지만 특별히 중동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요르단 입국 첫날부터 마트와 시장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중동에 알맞은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해 판매하는 구상도 했습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는 리홉과 연계해 판매 교육, 직업 훈련, 현지 채용 등의 방법으로 비즈니스 활동을 하고, 난민들에게 “자립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주고 싶습니다. 난민들이 난민 텐트에만 머물지 않고 활발하게 살아갈 그림을 그렸던 지난 2019년이었습니다.

Q4. 리홉을 후원했을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나길 바라나요? 바라는 세상은 무엇인가요?

리홉에게 가장 기대하는 바는 난민들의 진짜 독립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난민들이 지원금에만 의탁해 살아간다면 스스로 분투하고 독립하고 책임을 지고 열심히 일하는 정신을 잃게 될 입니다. 이것은 부분적 독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중동의 난민들은 여전히 대다수가 난민 텐트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호품 위주의 1차 지원을 넘어 기술교육/직업 훈련이라는 2차 지원으로 확대해 갈 때 그들과 자녀 세대는 난민의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리홉에서 몇 해 전부터 직업 능력 개발 프로그램을 조금씩 운영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기업이 사회 문제 해결에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물건만 파는, 서비스만 제공하는 기업보다 사명감을 갖춘 기업이 선택받고 생존하는 시대입니다.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의 사회 참여가 브랜드 평판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끊이지 않는 도움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가 전쟁으로 소망이 없는 땅이었을 때 많은 구호단체의 도움을 발판삼아 70년 만에 비약적인 발전을 했듯 비누 실험실 라보(LABO)에서도 지속해서 난민을 도울 수 있는 접점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Q5. 리홉의 다른 후원자분들과 혹은 후원을 고민하는 분들께 한마디!

리홉 이외의 다른 단체들에도 후원해보았고 자립을 돕는 매거진을 꾸준히 구독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리홉에 후원금을 집중하게 된 이유는 리홉을 신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홉이 정기적으로 발송하는 소식지와 총회를 통해 어떤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재정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돼 있습니다. 리홉은 다른 NGO 단체와 달리 사업비를 운영비보다 비중 있게 책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리홉은 난민들의 자립을 진심으로 돕고 있구나”라는 점을 느끼게 됩니다. 리홉에 후원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Q6. 후원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나 순간이 있나요?

몇 년 전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갑작스러운 통보에 “내가 뭘 잘못 했지?”라고 혼란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가족들에게 가장 미안했습니다. 심적 충격은 사치와 같았고 가장 먼저 지출을 줄여야 했습니다. 후원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이 돈이면 ~을 살 수 있는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리홉 후원금만큼은 계속 유지하자고 결심했습니다. 훗날 아내와 사업을 함께 하면서 “다시 시작한다”라는 마음으로 재기를 꿈꿀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난민들은 타국에서 얼마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살까, 생각하게 되었고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감염 확진은 물론 경제 사정 또한 쉽지 않습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후원이 더없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Q7. 난민들에게 해주실 이야기가 있나요?

2년 전 난민들을 직접 만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정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먼저는 계속 살아줘서, 잘 버텨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또 사업을 더 키워서 도울 수 있는 다양한 루트를 고민하겠다고도 말하고 싶습니다. 제 마음 한편에는 남북통일에 관한 꿈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훗날 남과 북이 통일될 때 리홉에서 직업 훈련을 받은 1세대 난민들이 ‘남북통일을 돕는 역할’로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전하고 싶습니다.

비누실험실 라보(LABO) 운영자 김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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